[중앙일보] [week&] 로마와 피렌체 사이, 1000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다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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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소도시 여행 ① 이탈리아 중부
성 프란치스코 자취 선연한 아시시 프란치스코를 기념하는 테마파크 ![]() 하얀 대리석으로 치장된 성 프란치스코 성당. 로마를 품고 있는 라치오(Lazio)주와 경계를 잇댄 움브리아주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농경지대다. 밀밭과 올리브나무가 빚어내는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로마에서 3시간 차를 타고 이동한 끝에 평야 한가운데 불쑥 올라선 수바시오산(1280m)을 맞닥뜨렸다. 수바시오산 중턱의 중세도시 아시시(Assisi)가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였다. 아시시는 ‘ 예수를 닮은 성인’으로 추앙받는 성 프란치스코(1182~1226)가 나고 활동하고 잠든 도시다. 소탈한 행보로 인기가 높은 현 교황 프란치스코가 바로 이 성자의 이름을 차용했다. 여행에 동행한 권순찬 가이드는 “현 266대 교황 이전에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사용한 교황은 없었다”고 일러줬다. 아시시는 오직 프란치스코를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프란치스코를 그린 그림이나 성물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늘어섰다. 골목길을 따라 프란치스코의 생가, 프란치스코를 기린 성당 등을 보는 게 아시시에서의 주된 일정이다. 마을 꼭대기 까지 천천히 걸어가는 데 한두 시간이면 족했다. 많은 순례자가 찾아오지만 북적이거나 떠들썩함은 없었다. 성당과 광장에도 조용히 묵상과 기도를 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 분위기에 뒤섞여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평온한 도시에 녹아들 수 있는 최고의 여행법이었다. 와인의 도시, 탑의 도시
현지인이 산지미냐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와인이다. 도시 주변 비탈면은 온통 포도밭으로 채워졌다. 이탈리아의 보르도(프랑스 와인 생산지)로 통하는 산지미냐노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은 베르나치아(vernaccia)다. 베르나치아 화이트 와인을 맛보고 포도밭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것이 산지미냐노 여행의 유희라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순례지
성당이라고 해봤자 별반 다를 게 있을까 싶었지만 시에나 대성당은 달랐다. 이 성당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를 찾아올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흰색과 검은색 대리석을 교차로 쌓아 스트라이프 무늬를 넣은 성당 내부 는 화려했다. 시에나 대성당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은 바닥에 놓였다. 색색의 대리석을 정교하게 잘라 모자이크로 만든 56개의 돌 그림이다. 1300년대부터 2세기에 걸쳐 제작됐는데, 외곽선을 끌로 일일이 파내는 상감 기법으로 만들어 인물의 얼굴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미켈란젤로가 이 성당에서 영감을 얻어 시스티나 성당 프레스코화를 남겼다는 게 이해됐다. 성당을 빠져나와 중심 광장 캄포광장에 누웠다. 고대 로마시대 공회당이었던 캄포광장은 여행객이 젤라토를 먹거나 도심 선탠족을 위한 휴식처로 변모했다. 시간이 켜켜이 누적된 도시에서 나른한 오후를 보냈다.
●여행정보
로마나 피렌체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되지만 운항 편수가 적고 기차역이 도심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탈리아 현지에서 출발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유로자전거나라(romabike.eurobike.kr)가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아시시·스펠로, 토스카나주 시에나·산지미냐노·피사 등 소도시를 둘러보는 3박4일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탈리아 정부 공인 가이드가 동행한다. 매주 일요일 출발. 1인 470유로(약 59만원), 예약금 20만원 별도.
이탈리아=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week&] 로마와 피렌체 사이, 1000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다 ▶해당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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