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로자전거나라 프랑스 류은혜 정부공인 가이드 입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월 30일 월요일,
오르세 미술관이 고요했던 휴관일에 국가 컬렉션으로 추가된 아주 멋진 작품이 있어 소개 드리려 합니다.


귀스타브 카유보트, « La Partie de bateau, 배의 한편 », 캔버스에 유화, 90x117 cm, 1878년, 오르세 미술관
1878년 개최 되었던 제 4회 인상파 전시회에 소개된 바 있는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해당 작품을 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가 4천만 유로 (한화 약 550억 원)를, 오르세 미술관이 3백만 유로 (약 40억 원)를 지불하며 한 컬렉터로부터 매입하여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가의 다양한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2020년 1월 국보로 지정 되기도 하였는데요,
1) 작품 전반에 반영된 화가의 우연적 시선
2) 당대의 일상 (contemporary life)을 담담하게 담은 풍경
3) 감상자의 참여를 자연스레 유도하는 전체적 구도
4) 프레임 바깥을 향하는 주인공의 무심한 시선 처리
무엇보다
5) 사진같은, 작품의 깨끗하고 완벽한 마감처리가 모아모아 한 캔버스에 반영 되었습니다.
(사진작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동생 막시알의 한 사진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 입니다, 아래 사진 참조)

오르세 미술관이 한 작품 매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예산이 3백만 유로로 한정되어 있기에
1년 전 부터 정부에서 많은 프랑스 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바,
이번에도 역시나 아르노 회장이 응답 하였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중세 회화관 캡션을 보고 있노라면 LVMH 박물관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상당수의 작품을 복원하고 매입하는데 아낌없는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 그룹 입니다)
모네, 르느와르와 같은 화가들과는 달리 여러분께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귀스타브 카유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알려 드리려 합니다.
45세 라는 아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 화가는
상사 법원 부장판사이자 엄청난 재력가였던 막시알 카유보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또한 프랑스 최고 명문 고등학교인 루이 르 그랑을 졸업하고 법학을 공부한 인재였는데요,
수학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선호했던 화가의 성격이 그림 전반에 굉장히 잘 드러납니다.
마치 사진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사실적인 표현이 뛰어난 작품을 통해 인상주의 보다는 사실주의에 가까운 화가라는 것을 여러분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귀스타브 카유보트, « Raboteurs de parquet, 대패질을 하는 사람들 », 캔버스에 유화, 102x147 cm, 1875년, 오르세 미술관

귀스타브 카유보트, « Vue de toits (Effet de neige), 눈이 덮힌 지붕 », 캔버스에 유화, 64.5x81 cm, 1879년, 오르세 미술관
카유보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숨쉬듯 실천하며 살았던 화가 입니다.
늘 동료 화가들을 만나는 날이면 기분 좋게 식사를 대접했을 뿐만 아니라,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와 같은 동시대에 대단했던, 하지만 생활고를 겪으며 어렵게 작품활동을 이어 나갔던 그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장을 직접 수배, 대여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들의 작품 67 점을 국가에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겼지만 국가는 27 점을 거절하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답니다.
정작 560여 점이 넘는 자신의 작품들의 거처는 돌보지 않아 어떻게 되어도 좋았던, 동료 화가들을 끔찍이도 생각했던 참 인간적인 화가 였죠.
1848년 사망 후 바로 잊혀지다시피 했던 카유보트는
1994년 파리 그랑팔레,
2011년 파리 자크마 앙드레 미술관에서 개최된 특별전을 통해 아주 뒤늦게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하며
2021년 미국 Los Angeles 소재 Getty Museum (게티 미술관)에서 « Jeune homme à la fenêtre, 창가에 선 젊은 남자 »를 5천만 달러 (약 670억 원)에 매입하여 미술시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귀스타브 카유보트, « Jeune homme à la fenêtre, 창가에 선 젊은 남자 », 캔버스에 유화, 117x82 cm, 1876년, 미국 게티 미술관
미국에선 화가의 작품 25점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단 12점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라 이번 작품 매입 건은 충분히 자축할만한 일이죠.
인상파 탄생 150 주년을 맞는 내년 2024년, 카유보트의 « 배의 한편 »은 전세계 다양한 국가 미술관에 소개 될 예정이며,
작품이 오르세 미술관으로 복귀할 내년 가을 예정된 화가의 특별전에 다시 한 번 멋지게 전시 됩니다.
2023년 오르세 미술관을 찾으실 고객분들은 사연 깊은 작품, 멋진 인상파 화가들의 친구이자 그보다 정말 멋진 작품들을 탄생시켰던
화가로서의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들을 조금 더 깊이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