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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드킨 박물관
작성자 한지수 가이드 등록일 2022-08-25
조회수 947
안녕하세요, 유로자전거나라 프랑스 가이드 한지수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았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에 가면 고흐 공원에 야위고 깡 마른 고흐가 붓과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상을 만든 사람이 러시아 출신 조각가 오십 자드킨(Ossip Zadkine)인데요, 파리 룩셈부르크 공원 근처에 자드킨 뮤지엄이 있어서 이번 여름 막바지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자드킨은 (1888 – 1967)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러시아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이고 입체파 조각의 가장 위대한 거장 중 한 명입니다. 1910년 파리 에꼴 데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에서 공부하며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집트 조각품들에 놀라고, 로마네스크 양식에 충격을 받은 그는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강조하며 삶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Amadeo Modigliani), 알렉산더 아키펜코 (Alexander Archipenko), 고디에 브르제스카 (Henri Gaudier-Brzeska)와 같은 그와 동시대 활동한 다른 조각가들과 마찬가지로 자드킨은 고대 유물들에서 삶의 원천을 찾으며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드킨 뮤지엄은 1928년부터 1967년까지 작가의 집과 작업실로 사용되었던 곳인데 현재는 작가를 기억하고 그의 작품들을 헌정하는 뮤지엄이 되었습니다. 자드킨이 죽고 그의 아내 발렌틴 프락스가 그의 유산을 파리 시에 기증한 덕분에 만들어졌습니다. 앙투완 부르델의 작업실과 함께 파리에 보존된 몇 안 되는 조각가의 작업실 중 하나이죠. 특히 자드킨과 그의 아내가 거의 40년 동안 살면서 일했던 집과 작업장이라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유리 지붕의 빛 아래, 나무, 돌, 흙의 조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평화롭고 따사로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자드킨은 그의 작품을 위해 나무를 선호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드네프르 강둑과 러시아 숲 근처에서 자연과의 친밀한 관계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드킨은 "저는 항상 테이블이나 문을 만들며 나무로 이미지를 조각해야 하는 목수였습니다." 라고 말하며 나무라는 재료에 대한 애착을 드러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반 고흐 형제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형제애를 담은 조각이 있습니다. 오베르 마을에 있는 동상은 꽤나 큰 크기라서 그 정도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조금 실망할 수는 있지만, 이 두 형제의 뜨거운 우애만큼은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빈센트가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장남으로서도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형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던 동생 테오가 서로 포옹하고 있는 장면이 참 따뜻한 것 같습니다.
 


이 박물관이 위치한 몽파르나스라는 곳은 20세기 초에 예술가들이 몽마르트르를 떠나 더 저렴한 스튜디오를 찾다가 발견하게 된 동네입니다. 모딜리아니, 수틴,샤갈, 레제, 피카소 등등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 정착했고,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몽파르나스가 세상의 배꼽이라고 말했죠. 또한 다다이즘을 대표하는 작가 트리스탕 차라는 그 당시 예술가들에게 몽파르나스는 확실히 파리의 수도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몽파르나스는 예술적 활기로 가득했던 곳이겠죠. 참고로 자드킨은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혀있습니다. 몽파르나스 묘지는 보들레르, 모파상,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 아주 유명한 문인들의 묘가 많은 곳인데 한 번쯤 여러분들도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Mais il est déjà très beau de pouvoir tomber dans la mort avec le ciseau et le maillet entre les mains. » (Zadkine, Journal, octobre 1966)
“하지만 끌과 망치를 손에 들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매우 아름답습니다.’’ 자드킨이 남기고 간 명언입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말이기도 하고,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때 조차도 끝까지 자기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느껴져서 멋지더라고요. 자드킨 뮤지엄 자체는 규모가 크지 않고 소박하지만, 자드킨이라는 작가를 더 잘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인간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방문이 될 것 입니다. 

 
Musée Zadkine 
주소: 100 bis, rue d'Assas 75006 Paris
박물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합니다.월요일 휴무.
현재 영구 컬렉션으로, 입장료는 예약 없이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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