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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황금과 인간 - 우리의 짠내 나는 역사
작성자 허수빈 가이드 등록일 2018-03-23
조회수 3,123


지구가 준 소중한 선물

 

거대한 가스 덩어리가 울렁인다. 

이내 큰 덩어리는 수증기를 내뿜더니 땅을 차갑게 식힌다. 

온도가 낮아진 땅 위에 떠올랐던 수증기는 하염없이 비를 쏟아 내리고, 

꿀렁이던 땅은 짠 물질을 토해낸다. 내리는 비와 짠 물질이 만나 바다를 이룬다. 

바다와 공존하던 식은 땅은 세월이 흘러 찢어지고, 미 대륙과 아프리카, 인도 등으로 갈라선다. 

고여있던 바다 물이 방류되고, 그러지 못한 바다는 작은 호수가 되었다. 

스며들거나 대륙 사이를 표류하는 '짠 물질'은 

이후 이 땅 위에 생존하려는 자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나일강의 '나트론(natron)'

 

우린 끊임없이 물을 찾았다. 물을 길러 밭을 매고, 짐승을 달래며, 직접 목을 축인다. 

살기 위해 물은 없어선 안될 필수 요소였다. 그래서 강에 살았다. 

커다란 바다는 거세고 너무 방대해서 부드럽고 잔잔한 강을 선호했다. 

모래와 뜨거운 해뿐인 사막에서 나일강은 우리에게 생명력을 부여했다. 

 

가시는 길 편안하게, rest in salt

 

강폭이 좁아서 해가 조금이라도 뜨거운 날엔 수분이 모두 날아갔다. 

아이고 강이 없어지다니. 이걸 어쩌나. 실망감도 잠시, 하얀 무언가가 강의 아래에 빛나고 있다.

맛을 보니 짜고, 으깨어 바르면 고기나 생선이 썩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라를 만들 때 이 하얗게 빛나는 녀석을 바르면 

수분이 모두 날아가 시체를 잘 보존할 수 있었다. 

내세가 중요한 우리에게 시체를 보존하여 온전한 죽음을 주다니. 이것은 신의 선물이다! 

우린 이를 신성히 여겨, 나트론이라 불렀다. 

수 천년이 지난 뒤, 이 하얀 물질이 우리말이었던 나트론처럼

염화나트륨이라 불릴지는 예상치 못했다.

 

캘트족(Celt)

 

사막과 더운 곳을 피해 이번엔 좀 더 위로 이동했다. 

물이 있는 곳에 소금이 있나니! 아쉬운 데로 우린 호수를 찾았다. 

호수에서 나는 물고기는 바다 물고기처럼 맛있진 않더군. 허나, 여기서도 소금이 솟아났다. 

우리가 기르던 짐승은 곧 잘 소금을 찾아내어 핥아먹었다. 필요했나 보다. 

그래서 그 짐승의 뒤를 따라가면 소금이 나는 광산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 캐고 소금도 캐고. 

그래서 우린 이곳을 할라인(Hallein:제염소)이라 칭하고 열심히 소금을 캤다. 


꺼내먹어요

 

안타깝게도 배고픈 겨울이 찾아오면 이렇게 우릴 도와주는 짐승을 잡아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고기를 만들어 먹을 때 옆을 보니 소금이 있었다. 간이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고기를 간 다음, 돌돌 묶어서 소금을 묻혀 절여내면 천장에 매달아 몇 달이고 보존하며 먹을 수 있었다. 

맛도 좋았다. 그리고 우린 이 것을 햄이라 불렀다. 

 

한 번씩 아래 지방 사람들이 올라와서 우리 소금을 사 갔다. 

그들은 우리를 '갈리아 사람'이라 불렀는데, 얘네 말로는 '갈'이 소금을 뜻한댄다. 

그래서 소금을 많이 가진 우리를 '갈리아 사람(소금 사람)'이라고 부르나 보다. 

그리스라는 곳에서 우리를 그렇게 부른다던데, 거긴 어떤 곳이려나.

 

살라드(salt:lad)

 

소금은 이제 필수적이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모두 소금이다. 

그래서 소금(sel:sol:salt)봉급(sal:ary)이 되었다. 

소금만 있으면 물물교환부터 화폐교환까지 모두 가능하니까! 

전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는 소금을 봉급(salt sal:ary)처럼 보상으로 받았다. 

우리는 소금을 봉급으로 받는 군인(sol:dier)이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집에 가서 봉급으로 받은 소금으로 아내에게 야채 절임을 해달라 졸랐더니, 

소금 야채 절임(sal:ad)을 내어왔다. 

야채만 먹으니 심심해서 고기는 좀 없나 물었더니 

소금을 쳐서(sal:sus) 만든  햄(sau:sage)도 함께 준비해줬다. 이거 전쟁할 맛 나는 구만!

 

This is only for you, salt

 

귀한 소금 가는 길을 그냥 둘 수 없다. 

소금만을 위한 소금길(via salaria)을 만들어, 커져가는 우리 영토에 원활한 소금 공급을 도모하자. 

모든 길은 우리 로마로 통하는데, 그 길의 첫 주자가 소금이라니. 아주 흡족하다.

 

만선의 꿈

 

농사짓기도 힘들고, 사시사철 눈만 쌓이고. 추운 윗 지방에 사는 우리는 바다로 나가야만 했다. 

바다로 나가 새 영토를 개척하고 남의 것을 약탈하는 건 너무 소모적이었다. 

배 위에서 물고기를 잡자. 잡아서 식량으로 비축해두자. 

아- 이걸 어쩌나. 아무리 많은 양의 대구와 청어를 발트해(Baltic Sea)에서 잡는다 한들, 

돌아오는 길에 비린내가 코를 찌르며 상해버리기 일쑤니. 

날씨가 추워서 냉장고는 따로 필요 없는데.. 썩어서 문제란 말이지. 


실제로 이렇게 먹습nida..

 

우리는 또다시 소금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바다에서 잡히는 어마어마한 수의 청어를 소금으로 절여서 먹는 요리, 

청어 절임(ducth herring)은 상하지도 않고 맛도 좋아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청어 절임은 우리의 귀중한 요리 레시피이자 식량 자원이 되었다. 

자연스레 청어를 절여 시장에 내다 파는 상인들이 등장했고, 

여러모로 꼭 필요한 소금은 돈처럼 유용했다. 

하지만 청어 절임이 큰 상자에 담겨 팔리다 보니, 

상자 아래에 깔린 청어가 제대로 절여지지 못해서 상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상황을 개선하고자 품질 관리와 올바른 무역을 주도한 동맹이 바로 한자(Hansa)다. 

빠른 속도로 청어와 소금 교역을 장악해 한자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들였다. 

소금은 돈도 되고 먹어도 되고. 가히 하얀 황금이구나.


소금을 만드는 맷돌이 멈추지 않길

 

옛날이야기 중에 '소금을 만드는 맷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도둑이 무엇이든 만드는 맷돌을 훔쳐 배를 타고 달아났다.

달아나던 중에, 시험 삼아 맷돌에 주문을 외쳤다. 

'맷돌아 맷돌아 어디 한번 소금을 만들어보거라'라고. 

맷돌은 새차게 돌아가며 바다 위에서 소금을 만들었고 도둑은 기뻐했다. 

하지만 이거 웬걸. 도둑은 맷돌을 멈추는 주문까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맷돌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소금을 만들어냈고, 

이윽고 소금으로 무거워진 배는 결국 뒤집어져 

맷돌과 함께 바다에 가라앉아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대에 이르러, 저염식으로 천대받는 소금의 역사는 우리 인간과 꾸준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삶 속에서 소금은 음식으로, 또는 돈으로, 영양분으로 끊임없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문명과 역사를 만든 인간과 그 인간을 만든 지구의 선물 소금. 

짠내 나는 그 역사를 우린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금을 만드는 맷돌이 멈추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댓글수:6개

  • 박형채 2018.04.02
    재밋게 읽었습니다,감사!
  • 재선 2018.03.29
    소금에 대해서 또 이렇게 생각해보게되는 것 같습니다.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요 ㅋ
  • 이지영 2018.03.25
    소금~ 우리네 인생이~ 차곡차곡 싸여가는 얘기~
    잘 읽었습니다^^
  • 이재환 2018.03.24
    소금에서 파생된 단어가 많네요!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 송지영 2018.03.24
    소금이야기 참 흥미롭네요^^ 짠거 다음엔 단거죠. 다음엔 설탕이야기도 풀어주세요~~~
  • 장경인 2018.03.23
    이런 재미난 소금의 역사라니..ㅎㅎ
    오랜시간 금만큼이나 귀했던 소금! 인류의 역사속에 어디에서나 등장하는 소금의 이야기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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