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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지 가이드들이 전하는 생생한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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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독일 그리고 자유
작성자 허수빈 가이드 등록일 2017-01-12
조회수 2,566


"때로는 맨손으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해.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유럽은 한 대륙이지만, 제 각각의 언어와 문화, 하물며 정치체제와 종교마저 다른 수십 개의 국가들이 모여 산다. 세계 1,2차전쟁이 마무리된 뒤 유럽의 각 국가들은 그렇게도 서로 치고 박으며 잡아먹을 듯 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아이고, 먹고살아야지." 

 

 라는 태도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고, 잘 지내보자는 의미로 유럽 국가들은 서로서로 국경도 외교제한도 없는 유럽연합까지 만들어 상부상조하며 잘 지내왔다. 하지만, 필자의 첫사랑이 했던 이야기처럼, 돈과 남자는 필요악. 너무나도 필요한 이 돈 앞에서 장사 없고, 여러 번의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우리나라가 요즘 겪는 그것과 진배 다를 바가 없다. 이는 유럽 국가들 간의 상호적인 우호관계를 처참히 무너뜨려왔다. 그런 결과로, 그리스는 현재 중남미권 국가에 버금갈 정도로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 아니,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오는 성수기인 7월에서 8월 사이에는 노동자 파업이 너무 심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힘들 정도로 회생불능 상태이다. 


그리스에 도착 한 요르고스. 독일인다운 냉철한 눈매로 구글맵을 보며 자신의 숙소를 찾는 중.

 

'파노스와 요르고스 그리고 당나귀'가 영화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 부분이다. 유럽연합 내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가장 첨예하게 대립을 이루고 있는 그리스와 독일. 이 두 국가 간의 갈등을 그리스인 '파노스'와 독일인 '요르고스'를 통해 생뚱맞은 '당나귀'처럼 희극적으로 풀어낸다. 감독의 과하지 않은 유머 코드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 풍경과 함께 맞물리며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그리스에 도착 한 외지인 요르고스에게 닿게 한다. 

 휴대폰에 저장된 친구는 단 4명, 먼 타지에서 연락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자신의 회사 상사뿐 인 독일인 요르고스. 그는 처음 도착 한 그 순간부터 너무나도 그리스다운 환경을 완벽하게 부정해 나간다. 인터넷으로 결제와 예약을 모두 마친 숙소의 집주인은 익사하여 찾을 수도 없고, 업무차 빌리고 싶은 렌터카 회사도 비수기라 차량 대여는 없단다. 알지도 못할 그리스어를 마초적인 웃음과 함께 내뱉으며 커다란 양동이에 담아 온 물을 마시라고 주는 그리스인들의 모습에 요르고스는 자신의 마음속을 굳게 잠근다.  


그리스의 갈라파고스 팔라디키! 우린 그리스의 자연을위해 어선을 폭파해요!

요르고스가 그리스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팔라디키섬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일하는 독일 은행에서 빌려준 자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 확인이다. 독일이 그리스에게 여러 방면으로 자금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건 한국의 뉴스를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극 중에서는 그리스의 팔라디키섬이 한 독일 은행의 자금지원을 통해 해변가에 호텔을 세우고 관광지로서 구색을 갖춰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다. 그리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이러니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자유라는 명목 하에 눈을 감고 넘어가야 하는 순간이 많다. 그래서 그런 걸까. 요르고스가 일하는 독일은행에 담보로 잡혀있던 섬의 발전소, 병원 그리고 호텔이 지어지고 있어야 할 해변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요르고스는 이것을 확인하러 온 것이다. 즉,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독일스러운 불청객이 가장 그리스다운 팔라디키섬에 찾아온 것이다.


"교통에 문제가 생겨서요. 아, 당나귀따위를 타고 있는건 아니에요."

 팔라디키섬의 그리스인들 모두에게 핫이슈가 된 요르고스는 당연하게도 섬의 발전소와 병원을 찾는 데 곤욕을 겪는다. 차를 대여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차선책으로 당나귀를 덜컥 빌려버린 상황. 지도를 보고 무작정 한참을 가다가 지쳐버린 당나귀가 계속해서 재촉하는 요르고스에게 콧방귀를 뀐다. 불행하게도 그때 걸려온 상사의 전화. 요르고스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잘 해나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마치 매뉴얼에 충실한 독일인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를 상징하는 당나귀에 탄 채 독일에서 온 전화를 받는 그의 모습은 이미 슈트 재킷은 허리춤에 묶고 타이는 느슨하게 푼 상태로 이전보다 한층 자유롭다. 그는 여전히 물론 그리스를 인정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부정하고 또 부정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뜻한 지중해의 햇살은 요르고스의 차가운 리슬링 와인 같은 독일인 심장을 서서히 녹여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파노스와 요르고스. 반대가 끌리는 이유?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타지에 나가면 힘들고 언어소통이 불가능 해 답답한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럴 때, 긍정적으로 웃으며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것이 왕도라는 것을. 요르고스는 팔라디키섬의 그리스 청년 파노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헐렁한 티셔츠에 흙투성이 반바지를 입고 그리스의 바다 바람을 맞으며 섬으로 여행 오는 외국 여자들을 꼬시는 게 삶의 낙인 파노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그리스를 사랑하며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세계대전이 낳은 고아다. 자유를 사랑하며, 당나귀를 차 대신 대여해주고 술을 모든 아픔을 잊게 해 주는 성수라고 칭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독일인 불청객 요르고스가 찾아온 것이다. 사실 요르고스가 오기 전부터 파노스는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없는 발전소를 급조하고 손을 벌벌 떠는 외과의사를 데려와 움막 같은 병원을 요르고스에게 소개해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파노스와 요르고스는 국경을 그리고 정치적인 갈등을 뛰어넘는 우정을 키워간다. 결국 이 둘의 우정과 갈등은 팔라디키섬 사람들이 급조한 발전소 앞에서 마치 연인들끼리 카페에서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하는 사랑싸움의 감정처럼 터져 나온다.


"발전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거에요."

 파노스와 절친 맺은 요르고스는 술에 취해 '급조한 발전소'에 도착한다. 아주 만취하여 속칭 '꽐라'가 되어버린 요르고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명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발전소 외부와 더불어 내부가 돌아가는 모습을 찍고자 한다. 그러자 파노스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린 친구요. 친구라면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요르고스 당신은 우리에게 이미 그리스인이오. 들어보시오. 발전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것이요."

 

 그러자 세차게 돌아가는 발전소 터빈 소리. 그 소리를 음악 삼아 그리스인들과 요르고스는 응어리진 감정을 춤으로 풀어낸다. 마치 어느덧 그리스를 사랑하게 된 독일인처럼 해야 할 일들은 모두 잊고 무아지경으로 춤춘다. 발전소로 데려와 준 파노스에게 뽀뽀도 하고 이제는 어느덧 자신도 성수라고 생각하는 알코올 섞인 액체를 양껏 마시며 답답한 슈트 같은 독일을, 그리고 직장상사를 해방감과 함께 벗어나간다. 그는 그리스인이 된 것이다.



 

열정적인 발전소 연기. 두 사람의 연기에 그리스식 건배를! 야마스.

 요르고스는 그렇게 팔라디키섬의 발전소와 병원은 실재한다고 믿고 안도감과 그리스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섬을 떠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의 그림처럼 발전소의 내부 모습은 두 사람이 쇠를 긁으며 입과 손으로 갖은 노력을 다하여 발전소 연기를 했다는 것.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상사에게 돌아간다는 안부 전화를 하고 배에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배를 몰고 온 그리스 해경들이 이렇게 말한다.

 

"엥? 팔라디키섬은 발전소 없는데. 바다 밑에 엄청 긴 송전선이 있어! 대단하지?"

 

 ... 그렇다. 애초에 우리가 담보로 잡은 발전소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완전히 속은 요르고스는 분노하며 배에 올라타지 않는다. 그리곤 다시 섬으로 돌아가 이 사태에 대하여 파노스와 언쟁을 하기 시작하며 이 영화의 중반부가 마무리된다.

 

 '파노스와 요르고스 그리고 당나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어쩌면 눈에 보이는 돈과 같은 실체를 좇는 현대인들 간의 갈등을 꼬집어 내는 것이 아닐까.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하물며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을 거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두 국가의 갈등. 독일인과 그리스인의 갈등은 손으로 내는 발전소 터빈 소리처럼 쉬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힘든 갈등이 두 국가 간에 존재한다고 할지 라도, 술 한 잔에 털어 버릴 그리스의 잔잔한 파도 같은 평화로운 일이 될 순 없을까.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며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스를. 그리고 파노스와 요르고스의 취한 밤의 자유를.

 

댓글수:2개

  • 박웅비 2017.01.18
    제목도 이상하고 내용도 참 요상하지만 담고있는 의미는 가볍지않은 영화인것같습니다. 같이 첨부해주신 영화장면들을 보면 꽤나 유쾌한 영화겠구나 싶구요 유쾌한 상황속에 담긴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greeksungsu 2017.01.13
    단순한 코디미 영화라고만 보기 어려운 많은 생각과 의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리스인들의 참모습도 느낄수 있는 영화기도 하죠.
    멋진 수빈가이드님의 글과 깊이?있는 영화평론까지....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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