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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남매 키우기] 축구가 재미없는 아이
작성자 김민주 가이드 등록일 2018-06-26
조회수 340

둥근데 모두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차를 타면 우린 무엇일까요? 놀이를 한다. 나, 남편, 아이 순으로 문제를 내고 무엇인지 맞추는 단순한 놀이지만 아이는 매번 처음 하는 것처럼 좋아한다. 한 번은 아이가 문제를 냈는데 정답은 축구공이었다. 둥글게 생겼는데 모두를 즐겁게 하는 것. 하지만 그 모두에 아이가 들어있지 않다. 로마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자라는 남자아이가 축구가 재미없다.




그게 뭐 대수냐? 남편도 축구에 관심이 없고 친오빠도 관심 없다. 내 주변에 축구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다. 그래도 다들 잘만 산다 싶지만 문제는 아이가 이탈리아에서 자란다는 거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 나라 남자아이들에게 축구가 차지하는 정도를 말이다.

올해 첫 반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남자아이들은 생일 파티 시작과 함께 공을 차더니 마지막 생일 케이크를 먹을 때야 겨우 얼굴을 비췄다. 얼굴이 터질 듯 붉은 채로 머리는 땀으로 범벅이다. 이안이는 근처도 가지 않았다. 이안이가 세 살 때 친구 생일 파티에서 레크리에이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내용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은? 축구선수는?이었다. 당시 이안이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답하는 걸 그대로 따라 했다.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더욱 강하게 축구에 열을 올릴수록 이안이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다. 공룡, 로봇. 어느 순간부터 축구 하나로 미묘하게 아이들 사이의 간극이 생긱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살았던 아파트 길 건너에는 유치원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창을 넘어 들려왔다. 남편이랑 창밖을 내려다보면(지금 생각해보면 이안이 나이 정도였나 보다.) 꼬마 남자애들이 서로 밀치며 큰 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매일 저렇게 싸우느라 그렇게 시끄러웠던 건가? 우스꽝스러울 만큼의 온갖 제스처를 써가며 싸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있었다. 엄마를 기다리며 담벼락에서 축구를 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공은 없었다. 구겨놓은 캔을 차며 사뭇 진지했다. 그 당시엔 그 모습이 마냥 귀엽고 신기했다. 그런데 축구가 재미없는 아들을 키우며 그때를 떠올리면 이런 아이들 사이에서 어쩌나 싶다.

어제 다녀온 친구네 초등학생 아들의 생일 파티 장소는 축구장이었다. 이번 주말 반 친구 생일파티 초대장엔 축구복 복장으로 만나자고 적혀있다.



유치원을 마치고 아이와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방과 후 시간 되는 가족들 모여서 아이들을 놀리기로 했다. 아이가 포켓몬 카드를 챙기길래 공원에서 카드놀이할 수 있겠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공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포켓몬 카드를 가지고 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공원에 도착하자 나무 하나하나 마다 축구팀이 형성되어 있었다. 연령별 다양하다.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한 그룹에는 골키퍼인 듯한 아이가 장갑까지 장착하고 있다.

가족들 하나 둘 공원에 모이는데 아이들 각자 축구공을 안고있다. 아이는 기분이 상했다. 내 공만 없네. (지가 포켓몬 카드 챙겨놓고!) 결국은 공 하나로 모아져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축구에 빠져들었다. 한명만 빼고 말이다. 우리 아들.

퇴근한 아빠들까지 합류해 축구에 혼이 나간 아이들에게 포켓몬 카드 하자고 아무리 소릴 질러 봤자 들어주는 이 없다. 속상해하는 아이를 보고 엄마들이 이안이 왜 그래? 하길래 우리 아들은 축구 싫어해 포켓몬 카드 하고 싶어서 왔는데 실망했나 봐 하니, 이게 다 아빠들 때문이야. 애가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오면서 축구공을 사 왔어. 맨날 아이들과 축구만 하니, 애들이 공만 차고 놀아.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성향을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얼마나 노출되었는가를 무시할 순 없겠다. 공룡 덕후 오빠 덕에 공룡만 보면 좋아하는 우리 둘째를 보아도 말이다. 이탈리아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축구를 본 적 없는 아이가 흥미를 가지기는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다들 저렇게 놀면 당장 놀고 싶은 것이 있어도 좀 참여를 해주면 엄마 마음이 좋을 것을 아이는 그게 쉽지 않다. 어쨌든 친구들과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니 괜히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짠해진다




아이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공을 차는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갑자기 태클을 하더니 공을 빼앗고 열심히 축구를 했다. 어? 축구를 못하는 건 아니잖아? 아이고, 기특하네. 이젠 누군가에게 맞춰주고 재미없어도 시도해보는구나. 집에 돌아가면 이 느낌대로 글을 써야지.  홀로 감동하고 있는데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아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_엄마 다시 포켓몬 카드 줘!
 그리고 다시 친구들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_포켓몬 카드 하자!!!
 깨달았다. 아이가 축구를 했던 이유, 나도 하기 싫은 거 하면서 놀았으니까, 이젠 너네가 내가 하고 싶은 거 같이 할 차례야, 라는 의미였던 거다.
 
아무도 관심 없고 아이는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 화는 나를 향했다. 건 한 시간을 소리 지르고 울고 차고 흙을 던졌다.

_이안아, 친구들이 포켓몬 카드를 하지 않는 건 엄마 탓이 아니야. 그리고 공원에서 누가 카드놀이를 해? 친구들 축구하는데 같이 하면 안 돼?
_아니야!! 엄마 탓이야!!! 그리고 공원은 축구만 하는 곳이 아니야!!! 카드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_이안, 네가 카드가 재미있는 만큼 친구들은 축구가 재미있데. 각자 재미있는 걸 하는 거야. 넌 네가 재미있는 거 하면 돼지.
_아니야!!! 혼자는 재미가 없단 말이야!!!

 다른 가족들 모두 집에 돌아가고도 한참을 성질이 날대로 난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화는 나에게 나의 화는 남편에게 향한다. 남편이 일할 땐 절대 전화를 하지 않는 나이지만 참을 수 없었다. 당신이 아이에게 단 한 번이라도 축구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니 애가 관심이 있을 수 있겠어!!!! 이런 소릴 해봤자 월드컵 조차 관심 없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랴? 나조차 초등학교 때 모두가 HOT에 열광할 때 홀로 당시 국내에 수입도 되지 않은 애니메이션들에 심취해있었으니 내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꼭 나 같은 거다. 다만, 아이가 축구만 재미있어하면 이 곳에서의 육아가 훨씬 수월할 것 같으니 괜히 남편에게 푸념이다.

한편으로는 재미없어도 애들 다 그렇게 놀면 좀 맞춰서 놀면 되지, 그게 뭐가 저리도 어렵나 싶어 아이가 원망스럽다. 앞으로 여기에서 자라면서 이런 아이의 성향과 비슷한 친구를 만나기 어려우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아이가 재미없다는데 좀 맞춰서 놀아 라고 말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어떻게든 축구에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저렇게 화를 쏟아내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는 더 모르겠다.

아이와 싸우고 나면 바로 화해를 하는데 오늘은 화해를 못했다. 아니, 내가 안 해줬다. 아이는 화를 다 쏟고 기분이 풀렸다. 그런데 내가 기분이 풀리지 않는 거다. 엄마라고 매번 사랑해, 우리 이젠 그러지 말자, 하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_엄마는 오늘은 이안이에게 못 웃어 줄 거 같아. 자고 일어나서 내일 화해하자. 그리고 오늘 엄마는 이안이랑 함께 안 잘 거야. 화가 안 풀려서 같이 자기는 힘들 것 같아. 혼자 들어가서 자. (이건 뭐, 부부싸움도 아니고…)
 
아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고개를 숙이고 방에 들어가더니 공원에서 악을 쓰느라 진이 빠졌는지 바로 잠들었다.
 
 몇 주 전 유치원을 가는 길에 길, 모퉁이에 아직 마르지 않은 아스팔트가 보였다. 밟지 마! 하고 걸어가는데 아이가 굳이 거길 지나갔다.

_밟지 말라니까!
_거기가 거긴지 내가 어떻게 알아?
_거기가 거긴지 왜 모르냐?
_어떻게 원래 아냐?
 
 그래,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건 없지. 당연히 아는 것도 없고 당연히 좋아하는 것도 없지.




하루는 길을 걷다 강한 바람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어 아이를 뒤 돌아보며 말했다.

_엄마 웃기지?  완전 못생겼지?
_엄마, 어떻게 해도 엄마 모습이야!

 그땐 예상치 못한 아이의 대답에 마음이 몰랑몰랑 해지는 기분이었는데 요즘 종종 그 말이 떠오는다. 엄마가 어떤 모습이라도 엄마를 사랑해,라고 아이가 고백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나도 그런 마음일까? 아이에게,
 
아직 5살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좀 맞추며 살면 좀 어때?라고 말하는 엄마 괜찮은가?  아이 성향 상관없이 카드보다는 공을 차며 놀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엄마 괜찮은가? 정말 모르겠다. 그냥 지금 당장은 애가 화내는 모습, 내가 화내던 모습을 다 보았을 반 엄마들 마주치기가 민망해 내일은 유치원에 지각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이안, 미안해.
엄마, 미안해.
아침이 되어 우린 화해를 했다.  

_엄마, 웃어줘.  
_응, 이안아 우리 화해하니 좋다.  
_엄마, 내가 더 좋아. 난 엄마를 사랑하는데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   
_이안이가 화를 냈잖아  
_그런데 내가 화내면 왜 엄마가 더 화를 내? 그리고 화해도 빨리 안 해주고.  
_이안이도 어제 오랫동안 화냈잖아. 그리고 엄마가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화해를 해?  
_그래도 빨리하면 좋지. 빨리 화해하면 더 많이 사이좋게 지내고 더 잘 살게 되잖아.
   
우리가 더 잘 사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난 아들보다 더 속 좁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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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1개

  • 채수한 2018.07.19
    이안이를 보면 천진난만한 모습 속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며 순수함 속에 참 깊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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