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자전거나라

언제부터였을까?..

 

애써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사람도 일부 있긴 하지만..

거리 곳곳에서 불안한 마음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간단하게나마 일기를 기록하고 있는 나는 최근 며칠간을 뒤돌아 보았다.

 

2월 16일, 산 마르코 광장에서 카니발 축제 진행 중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베네치아는 카니발 축제가 한창이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이탈리아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대해 입국금지를 제일 먼저 실행하기도 했고 확진자 또한 3명에서 멈춰 있었기 때문에 다들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2월 22일, 여전히 축제 분위기에 물든 산 마르코 광장


2월 22일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 

아마.. 나의 기억으로는 2월 22일부터였던 것 같다. 밀라노 남동쪽에 위치한 코도뇨(Codogno)라는 작은 마을(인구1만 6천명)을 시작으로 확진자가 두자리수대로 늘기 시작했다. 열심히 노력중이긴한데 최초전파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도 사람들이 코로나에 그리 신경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사이에 확진자수가 58명이나 늘었다는 소식에 뉴스에서부터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2월 25일, 일주일간 임시 휴무에 들어간 아카데미아 미술관


2월 25일, 일주일간 임시 휴무에 들어간 산 비달 성당


2월 25일, 적막감이 흐르는 산마르코 광장

2월 25일, 하루가 다르게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작은 마을들은 봉쇄되기 시작했다. 베네치아에서도 2월 23일을 기준으로 카니발 축제를 조기종료하고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일주일간 주요 관광명소와 학교들이 임시휴무에 들어갔다.

뉴스 내용 대부분이 코로나 바이러스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3월 15일까지 임시 휴무에 들어간 가게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베네치아 메스트레 기차역 주변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상당수의 가게들이 임시 휴무에 들어갔다. 일주일 전만해도 전혀 볼 수 없었던 마스크 착용한 사람들이 이제는 10명중 2~3명은 보인다.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은 목도리로 코와 입을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네 약국들을 방문하더라도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이미 품절되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영사관에서 제공하는 소식


2월 29일 오전 기준 확진자수

이제 내일이면 3월이 시작된다. 3월 1일까지 휴무 하기로 했던 주요 관광명소와 학교들에 대해서 임시휴무를 연장 할지를 결정해야 될 시기가 왔다. 일주일 사이에 확진자가 급증한 탓에 이탈리아는 중국, 한국에 이어 확진자수가 세번째로 많은 나라가 되었다. 분위기는 임시휴무 연장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현지에서 투어를 진행 중인 주요 여행사 역시 임시휴무에 들어갔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마스크가 도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5일전, 아마존을 통해 주문했었던 마스크 50장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이탈리아도 오프라인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아직까지 구매 할 수 있다. 길거리를 둘러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다니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은 마스크가 품절된 것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주요 이유겠지만.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의심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내가 꼭 마스크를 써야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 내가 걱정스러운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러한 소극적인 대응 분위기로 인해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분간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 할 생각이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이 상황이 마무리 되었으면 한다.

 

-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탈리아 이상호 가이드(유튜브 : 이태리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