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자전거나라

남프랑스 여행은 깊이 있는 프랑스 미술 여행이었다. 샤갈, 피카소, 고흐, 세잔, 르노와르 각각의 갤러리와 삶의 장소를 찾아가서 설명과 함께 그림을 보고, 마지막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림 전체를 일괄적으로 다시 한번 보고 설명을 들음으로써 마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신인상주의의 흐름에 관해 한 학기 몫의 강의를 축약해서 들은 느낌이다. 
또한 이번 여행은 프랑스인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로스차일드 저택과 정원, 네그레스코 호텔, 세잔의 화실들을 둘러보고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값진 문화적 유산들의 수집과 보존 전승에 관한 프랑스인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라도 팔로마 비치의 고즈넉한 정경과 그곳에서 수영을 즐기는 마을 사람들의 소확행은 정말 평화로웠다. 아를의 콘스탄틴이라는 작은 식당에서 맛본 프랑스식 저녁 식사도 인상적이었지만, 털털하고 인정스런 셰프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파리로 가는 TGV 안에서 점심으로 먹도록 그분이 만들어주신 바게트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그런가 하면 마르세이유에서 탑승했던 Benz Sprinter convertible bus는 사진을 본 친지들에게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또한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15명 이내의 그룹이어서 서로서로 알아보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지만 곧 서로서로를 챙기고 염려하게 된 것은 가이드님의 능력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초2 귀염둥이가 그 어려운 미술 이야기를 지루해 하지 않고 끝까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귀염둥이가 특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외될까봐 노심초사하셨던 류은혜가이드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몇번 그 후의 일정에 관해 염려해주시고 무사히 귀가했는지 확인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일회성의 패키지 투어가 아닌 친구들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다.